소녀는 어릴 때 부터 엄마가 다 해주는 것이 당연한 듯 살았다.
그래서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 마저도 제대로 해본 게 없었다.

그러고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기 전에 해 본 아르바이트.
작은 식당의 홀 종업원을 단 일주일 시켜보고
주인은 질려 버렸다.
충고를 해도 그냥 웃어 넘기고 자신에 대해 반성 후 성장 할 줄 모르는
아직 철없는 아이를 데리고 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두번째 아르바이트는 뭐였을까?
아마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였을 것이다.
보통은 남자들이 주로 하지만 그 편의점은 언제나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원했다.
다른 편의점과 다르게 입고 및 재고 관리를 사장 자신이 했기 때문에
입고 시간에 남자가 있어서 힘 쓸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 편의점도 쉽지 만은 않았다.
밤에 졸립고 이상한 손님 하나 둘...
누가 잘못 지나가다 큰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그러던 어느날, 옆의 성인 오락실에서 돈을 잃은 사람이 부리고 간 행패...
왜 하필 소녀가 있을 시간에 그러고 다녀 갔을까...?

그리고 나서 아르바이트는 커녕 학원만 다녀서 돈만 펑펑 쓰던 소녀였다.

그러던 소녀에게 큰 경험이 된 것은 호텔의 인턴십이었다.
2년제 대학생이라면 필수 조건으로 가는 곳이었지만 소녀는 4년제 재학하면서도
왜 그런 곳을 갔는지도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집에서 많이 떨어진 곳으로 그런 구박도 없었을 것이다.

신체 사이즈가 남들보다 큰 편이었고, 살도 많이 붙은 소녀는
호텔에서 맞는 유니폼이 없었다.
항상 뚱뚱하다고 느끼고만 있었던 소녀지만 그렇게 슬프게 다가온 적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그런 소녀에게 맞겨진 일은
첫날만 연회장, 그리고 배울 것 하나 없는 수영장으로 가게 되었다.
유니폼이 맞지 않는 이유로 수영장이라니...
소녀는 그래도 한 일주일간은 그냥 일했던 것 같다.
하지만 주변에서 사람들은 소녀의 부족함을 하나씩 들춰 내려갔다.

여기 왜 이런거니? 청소는 했어?
네 덕분에 아주 일찍 일어났구나.
네가 쓰레기 갖다 버린 적 있니?
오늘 밤, 친구와서 술 좀 마셔도 될까?

자신은 배려하지 않으면서 남에게만 바라는 같은 방 사람이 맘에 들지 않았다.
소녀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왜 저 사람은 나에게 이렇게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소녀의 슬픔은 큰 결과를 낳았고, 방과 일하던 곳을 옮기게 되었다.
배울 것 없는 수영장 따위...

하지만 옮긴 그곳도 시선은 곱지 않았다.
좋게 옮긴 건 아니니 말이다.
소녀는 이미 낙제생이었다.
처음 볼 때부터 곱게 보지 않았고, 그런 소녀도 같은 형태로 반항했다.
왜? 내가 뭘 잘못 했는데 그런 얘길 들어야 하지?
상사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자살 충동까지 일어났다.
헤헤... 여기서 죽으면 소문 좀 나겠지?

요령있게 잘하는 게 당연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날때부터 잘하면 다 잘하는 거라고?
소녀가 잘 하는 건 무엇일까...

그러던 어느날...
분명 아르바이트 구한다는 글을 올린지가 1년 반이나 지났다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을 무렵...
소녀에게 전화가 왔다.

어깨 좀 만지고...

계속 그런 얘기. 하지만 비서를 구한다는 얘기.
몸으로 움직이는 것 말고 머리를 쓰는 일이라면 소녀에게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나간 소녀에게 닥친 일은...

일 얘기 하자면서 차에 타라고 권했다.
낮잠은 자고 나왔지만 수면부족 상태에서 소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한잔의 차였다.
그런데 그런 상태로 소녀에게 드라이브를 권했고
소녀는 상대의 말을 듣고 차를 탔다.
고속도로를 올라탄 차는 끝이 없이 달렸다.
소녀의 몸에 올라온 손은 끝이 없이 더듬었다.
그 끝은 어딜까?
돈, 더주면 되지. 너 싫어하는 건 안해. 오빠라고 불러봐. 소리 좀 내봐.
말은 신사적으로, 손은 변태적으로.
자존심 강한 소녀가 받은 돈은 상처받은 자존심 이하의 것이었다.
나, 10만원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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