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얘기─/나른한...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

세티르 2008. 9. 8. 11:36

인사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마음에 담기지 않으면 딱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인 게 인사랄까...
당신의 안녕따윈 바라지도 않는데 안녕하세요라던가
고맙지도 않은데 고맙다라던가
미안하지도 않은데 미안하다라던가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내 마음.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말이라면 해주겠지만
하고 싶지 않은 말은 하지 않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이라고 해도
사실 번복해서 하지 않는 게 내 말주변이다.

비꼼이나 괘변은 잘 늘어놓으면서
이런 중요한 말은 놓치고 말고,
사람을 실망시키는 일이라고는 생각은 하지만

한번 할 말을 두번 세번 하게 되면 그건 이미 예의가 아니고 '부담'이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고맙다는 말은 하면 할수록 좋은 말이라고 하지만
난 말에대해서 그리 해프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의미로 일본에서 고맙다는 말을 몇번이나 한다거나
살짝 부딪힌걸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입에 발린 말이라는 게 너무 싫어서.

그런데도 요즘은 일을 하면서 계속 내 마음속에 몇개 없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카드를 꺼내고 있다.
마음에 없는 데 계속 꺼내주고 있다.
실제 내가 쓴 카드가 아닌 복사본이라거나 그런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진심을 담은 건 따뜻하게 곱게 쓴 한 장의 카드이고
거짓을 담은 건 복사기에서 갓 꺼낸 거짓의 따스함이 담긴 카드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복사기를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