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티르 2008. 4. 8. 15:07
15년 만이었다.
얼떨결에 고백을 하고 그리고 헤어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졸업한 뒤에 한번도 보지 못했다.
알고 있었다. 같은 회사라는 것. 내가 그를 잡았다.

 "아직도 사랑하나?"

 "에?"

젠장. 아직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사는 건가...

 "그 때의 고백은 거짓이었나? 좋아한다면서. 그 뒤론 연락도 안되고 내가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런 식으로 말했나? 분위기 때문이었나? 왜 그랬지?"

 "아니... 그런게 아니라..."

답답하다. 항상 이렇게 이녀석의 대답을 기다리는 게 1초가 10분인 것 같고 만나지 못한 15년 보다 이런 대답을 기다리는 단 1초가 너무 힘들다. 거절당할까봐? 아니 그런 것 보단 거절 하면서도 힘들어 하는 녀석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살라고 그랬잖아? 15년이 지나도 이모양이냐? 누가 또 널 이렇게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거냐? 그 몹쓸년을 만난 거냐?"

 "몹쓸년...이라니?"

기억을 못하는 건가. 자신이 어두워진 원인이 되고 영원한 트라우마 적인 인물. 죽어서 귀신으로 까지 현수 녀석을 괴롭힐 여자. 그래서 함부로 죽일수도 없고 죽건 살건 정신적인 것이기에 영원히 기억될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건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나. 이녀석과 함께 할려면 항상 붙어있는 귀신같은 여자였는데... 이제 벗어난건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냥 있어. 괜히 기억났다가 너 힘들어 하는 거 보기 싫다."

 "응? 나 힘들지 않은걸. 괜찮아. 잘 지내."

밝은척 한다. 또. 15년이 지났는데도 변한게 없다니. 겨우 해봤지 그 년을 잊은 정도인가? 아니면 기억하고 있지만 모른척 하는 건가. 내가 그렇게 싫어했으니.

 "남한테 다 잘보일 필요 없어. 나한테만 잘해도 되. 너 팀장이 누군지 몰랐지?"

 "응? 팀장님은 항상 동건씨만 보잖아."

 너때문이야. 이자식아. 라고 할려다가 말았다. 내가 옛날부터 질투가 심한 걸 알고는 있었을려나. 남들하고 모여서 쿵짝거리고 잘 노는 녀석을 보고 싶지 않다. 나만 바라보는... 작은 새장에 넣어서 내 방에 두고 싶을 정도로 심각한 독점욕 때문에 보기 싫었다. 그러면서도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어서...

 "불만있어?"

 "응. 불만있어."

 "뭐가 불만이야?"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시만 받고 우리가 뭔갈 말 할려면 동건씨한테 말해야 되는 거잖아. 그게 너무 싫었어. 그게 너라서 더 그런 것 같아. 왜 내가 널 보고 얘기하면 안되는거야? 너였으면 좀 더 일찍 알고,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건데. 15년이란 시간이 길긴 긴가보네. 결혼은 했어?"

뭐?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단순한 보고형태의 팀장이라는 게 불만이라는 건지.. 그리고 결혼이라니?

 "아니. 아직이야."

 "좋은 여자 만났으면 좋겠다."

 몸이 떨린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왜 내가 이녀석 한테 좋은 여자를 만나란 소릴 들어야 하는지. 아직도 좋아하냐고 물었는데 녀석은 내생각을 안했나보다. 15년동안.

 "사실 나 팀장이 넌 줄 알고 있었다? 봐. 여기 이 글씨. 너 항상 미음자 이렇게 쓰고 히읗도 이렇게 쓰고 티긑도 이렇게 쓰잖아. 너 이렇게 쓰면 다른 사람들 못알아본다고 내가 그렇게 말 했는데 아직까지 이렇게 쓰고 있어? 히힛- 변한 게 없... 읍..."

 내 얘기 하는 이녀석이 얼마나 예쁜지 키스하고 말았다. 녀석이 뭐라고 생각하든 말든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다. 이상한 취급을 당하든,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좋아하는 녀석을 못잡고 15년 동안 헤어져 있었다는 그 자체가 화가난다.

 이제 절대로 놓치지 않을꺼다. 이녀석이 뭐라고 하든. 헤어진 15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