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세티르의 일상 - 2 -

세티르 2007. 9. 4. 13:14
 "불렀나?"
잊고 있었는 데 나는 유부녀에 동생이 둘이나 딸려있는 엄청나게 연약하고 빈곤한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억지로 계약해버린 이 정령검! 그것도 클레이 모어가 멋져 보여서 계약해버린 정령검!
수리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긴 하지만, 그것 보단 역시... 정령에게 드는 비용이다.
  사실 네브니스도 정령과 함께 있지만... 네브니스는 검정령도 아닌 완드 정령이다!! 귀여운 것 둘이 커프으을!! 꺄앗!!
큼큼!! 이런 얘기로 가려던 것이 아니고, 하여간 취향 문제는 둘째 치고, 정말로 뭐라할 수 없는 이 가난에 허덕이는 이유는 역시...
  정령검일려나...
  남편과 결혼 하기 전부터 함께였던 정령은 기분 좋은 미소를 본지 오래될 정도로 굶고 있었다. 기껏 해봤자 몬스터를 잡고 드랍하는 쓸데없는 옷 정도일까나?
  네브니스가 수련 한다고 잡았던 늑대들이 드랍 했던 장난감과 인내의 인챈트가 되 있었던 조끼와 바지는 아무리 봐도 내 취향도 아니었거니와 인챈트 수련도 어느정도 끝난 네브니스에게 쓸모 없었기 때문에 파는 것 보단 그냥 먹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정령에게 주곤 했다.
  세르디엔...
  기억 속 언젠가의 내 연인 이었던 이름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어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 영혼은 돌에 담겨 내 검의 정령이 되었고, 나는 이미 결혼한 몸이니 말이다. 뭐 아직 아이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씩 생각하는 일이지만 역시 취향은 자상한 남편보다 쌀쌀맞은 세르디엔쪽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그런가?
  강하고 자상한 남편보다 쌀쌀맞지만 천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나를 생각하고 내색하지 않고 걱정하는 세르디엔쪽이...
  아아아아아아냐!!! 이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고 해선 안되는 일이고 그런 복잡한 것 따위 생각하는 건 이 세티르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야아아아!!! 흥!
  그런데 오늘은 뭘 할까... 오랜만에 외출인데 남편과도 엇갈리는 것 같고 아는 사람들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그렇다고 강해서 던전을 혼자 돌 정도도 아니고... 흐음...
  아! 최근에 배운 쌍검술 연습이나 해볼까....
  해서 나선곳이 키아던전. 하급던전이나 중급던전은 혼자가기 버거우니까 일반 던전으로 가야지. 사실 일반 던전도 좀 버겁달까나... 포이즌 고블린과 고블린 아처는 1 대 1이 아니니...  정말 힘들다고 할까... 저번에 테시카랑 같이 들어갔는데도 몇번이나 가사상태로 갔던지... 흠;;;
  역시 반호르에 바리던전 1층 정도가 딱 좋으려나... 오랜만에 페니쉬한테 광물도 좀 캐서 주고... 흐음... 가방이 꽉찼구나... 이 보라색들 옷... 거기다가 멋있어서 사둔 클레이모어와 정령검 수리용 클레이모어, 혹시나 싶어 아는 오라버니에게 부탁해서 만들어놓은 정령의 리큐르와 사과 아르바이트만 골라서 해서 받아 놓은 축복의 포션.
  응? 왜 사과 아르바이트냐고? 당연히 감자는 캐기 싫고 달걀은 당연히 더 싫고, 그렇다고 해서 옥수수나 밀 보리도 마찬가지. 나의 귀차니즘을 뭘로 보셔어~ 그래도 바리던전에서 고블린들이 흘리는 사과 같은 건 주워다 놓는다 이거지~ 일단은 아줌마거든. 그래서 그걸 축복의 포션과 바꾸는 거지. 아직도 던바튼 은행에 절반 이상은 사과라고 해도 좀... 틀린 말은 아니지~ 히힛- 사과 넣어 두는 건 돈도 안받지~ 100년이 지나도 썩지도 않아~ 오스틴씨가 잘 관리해 준 덕분인가? 그래도 이상하지... 마법이라도 걸어 두신걸까? 하여간 사과를 부탁할 때 마다 찾아가서 크리스텔에게 사과 3개와 축복의 포션 4병을 바꿔 온달까... 연약한 시절에는 그 서쪽에 붉은 곰이 어슬렁 거리는 곳에서 해 떨어질 때 까지 사과 따던 적도 있었긴 하지만... 요즘은 그다지 필요가 없었지... 흐음-
  이런 설명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키아 던전에 혼자 들어가서 골렘 좀 잡고 보물상자 따러 가야지~
  몇년전에 몬스터들이 드랍한 알파벳 표식을 여신에게 제물로 넣고 들어갔다. 여전히 마법사 교복 물빠진 보라색 옷을입고 맘에 드는 보라색의 볼륨 베레모와 코레스 부츠를 신고! 아버지께 빼앗은 검은 검은 보스전에서만 쓰기로 하고 바스타드 소드 두자루를 들었다.
  여자애가 클레이모어 휘두른다고 한 소리 들었었지만 바스타드 소드 두자루 들고 뛰어 다닌 다고 하면 더 심한 소릴 듣겠지? 알께 뭐람~ 넘치는 게 힘인걸~ 뭐, 가방은 요즘 휴식 중인 페니쉬에게 맞기고 왔지만 일단 붕대랑 비상약은 챙겨 왔다. 가방 한가득. 흐히히~ 보스전에 쓸 아빠에게 뺏은 검은 브로드 소드와 내 사랑하는 정령이 깃든 클레이모어 한자루. 혹시나 싶어 들고 온 수리용 클레이모어. 그리고 평소에 쓰던 클레이모어-무려 남편이 선물해 준 보라색 검집의 클레이모어다!!-. 그래도 역시 짐이 많은 건가... 뭐 다 들 수 있으면 문제 없는 일이겠지? 그다지 잡다한 물건은 들어있지 않았다. 보라색 옷들도 페니쉬에게 다 맞기고 왔으니 히힛-
  여름이 되었을 때 계속 다른 일에 쫒겨 그다지 생각지 않았지만 역시 여름 여행자 복을 입을 걸 그랬나... 이 물빠진 듯 한 색깔의 전투복인 마법사 정장은 일반적으로 입고 다니기엔 너무 넌센스한 옷이랄까.. 아아~ 나도 비싼옷이 입고 싶지만 내 수중엔 돈이 없구나아아~ 우리 네브니스 파이어볼 책도 마지막 페이지를 구해 줘야 하는데~ 그거 구해주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기도 하고... 흐으으음....
  하여간 키아 던전으로 들어가고 보는 거지! 뭔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 아냐?
  기다려라 포이즌 고블린! 내가 테시카를 봉재선 다 틑어지더라도 네녀석들을 다 물리치고 혼자서 돌아보겠어!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