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소녀

소녀의 첫사랑

세티르 2007. 9. 4. 13:06

소녀는 좋아하는 만화책이면 작가를 다 찾아 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 좋아하는 것이 노래라면 그 가수의 노래를 다 찾아 들어보곤 했다.
그것이 배우라고 하면 출연작을 다 찾아 보는 게 당연했다.

뒤돌아보면 녀석이 있다.

무엇이 계기 였는지는 모르지만 오다 유지를 좋아했고,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
최근에 했던 드라마는 아직 못보고 있지만 그래도 05년 라스트 크리스마스까진 챙겨 보았다.
그 중에서 비열하고 돈 많은 그 덕분에 드라마 끝날 때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한 주인공 역할.
지금에 와서 보면 인상 좋은 아저씨이지만,
저런 악역도 맞곤 했다.
첫 작품이 상남 2인조이지 않은가?

뒤돌아 보면 녀석이 있다.

소녀에게 뒤돌아 보면 누가 있을까?

소녀의 뒤를 돌아보면 소녀가 있다.
처음으로 키스를 해보고,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다고 소녀 스스로가 생각하는
하지만 그게 정말 첫사랑일까?
아직 두번째 사랑이 없어서인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첫사랑이라기 보단 풋사랑,
아니면 우정의 왜곡된 모습을 사랑이라 믿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녀의 뒤에는 소녀가 있다.

처음 만나는 날부터...

소녀에겐 그 당시에 핸드폰이 없었다.
지금은 당연히, 불필요할 정도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때는 사람을 만날 때 공중전화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전화해서 만나는 그런...
최근 소녀의 여행 기록을 보면 일본에 가서는 자신의 핸드폰이 없어서
전화비만 잔뜩 들인 것, 연락이 안되서 불편한 점을 되새겨 보면
핸드폰의 소중함을 생각하곤 하지만 여전히 그다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필요할 때 연락이 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누군가와 연락 하고 싶지 않을 때 울리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소녀에게 그렇게 만난 사람 중에 그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크지 않았다.
성장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그 때 작은 체구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전화를 끊고 바로 고개를 돌렸을 때,
건널목을 건너는 소녀와 눈이 맞았던 것이다.
운명이었을까?
소녀는 그 일을 운명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소녀는 그 소녀와 함께 있지 않다.
잊혀진 사랑이라고 돌아왔으면 좋은 사랑이라고는 여기고 있다.
핸드폰이 있어도 상대의 연락처를 모르면 연락을 할 수 없다.

소녀의 첫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첫만남이 소녀의 사랑의 시작은 아니다.
소녀는 첫인상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
괴물같이 생긴 사람이라도 마음씨가 착하면 놀곤 했다.
단지 소녀는 예쁘고 똑똑한 사람을 좋아했다.
그런 소녀에게 그 소녀는 다른 사람과 함께 만나는 그 첫만남에서 큰 점수를 얻지 못했다.
소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언제였는지도 기억 하지 못한다.
첫만남의 날자는 특별한 날자였고, 그런 날이기에 기억은 하지만
갑작스런 연락이 왔고, 데이트 제의가 왔다.

데이트는 연인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와 하루 옷 사러 나가는 것도 데이트이고, 아빠와 산책 가는 것도 데이트였다.
핸드폰이 없던 소녀에게 연락이 와서 데이트...
그 첫 데이트를 소녀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지막 만난 곳이 어디였는 지는 기억하고 있다.

시내가 훤히 보이는 패스트푸드점의 1층.
그 소녀의 여전한 모습과, 핸드폰 액정의 다른 사람 사진과...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소녀는 알고 있다.
연락 할 방법이 어떤 게 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연락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게 소녀의 모순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소녀가 소녀를 보고 싶지 않는다면,
그 소녀가 소녀를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면,
만나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소녀의 생각이다.

그런 소녀에게 영원한 첫사랑이 될 것인지,
조만간에 잊혀질 소녀가 될 것인지는
지금 이렇게 쓰고있는 소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